미친소 괴담

 지난주에 청계천에서 미친소 수입 반대집회(<-정식 명칭 따위.. 다들 멋대로 부르더만..) 가 있었다. 2일에 1만명, 3일에 2만명이 모였다고 한다. 신문에서 발표한 숫자는 약간 작게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마 실제로는 조금 더 왔을 듯 하다. 신문이라고는 해도 죄다 인터넷 신문 기사 뿐이다. 지면으로는 한겨레에서나 1면으로 다뤘지.
 
 다른 신문에서는 '광우병 괴담 정치적 이용 말라, 확대 재생산 말라' 요딴 기사나 1면에 실리더라. 그 기사를 처음 봤을 때는 이것들은 뭔데 반대여론을, 사람들의 우려를 전부 괴담으로 몰아붙이나 싶었다. 근데 네이버나 아고라 같은 데서 댓글들 보다 보니까 진짜 괴담이 맞긴 맞더라. 

 물론 믿을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우려들도 있다. 일단 한국인이 유전자 특성상 광우병에 잘 걸린다는 연구 결과부터 시작한다. 만약 고기를 직접 먹는다고 한다면, 솔직히 민간인들이야 돈만 있으면 한우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군인이나 학생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급식업체에서 무슨 돈으로 한우를 쓰겠어. 그러니까 미국 소를 먹을 확률은 높아질 거고, 그 중에서도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를 먹을 확률은 더 높아지겠지.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를 직접 먹는게 아니라고 해서 광우병 발병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일단 쇠고기를 원료로 쓰는게 많으니까. 그 대표적인 예가 조미료, 라면, 젤리, 알약. 또, 영국에서 채식주의자가 광우병 증상으로 죽었다고 한다. 죽은 광우병 소를 이용해서 만든 거름에 있던 광우병 인자가 채소를 타고 사람에게 도착했다며, 채소도 위험하다고 한다. 여기까진 다들 정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고. 

 광우병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헌혈을 해서 그 피를 수혈받으면 전염된다는 얘기도 있다. 피부에 닿으면 위험하다며 쇠고기가 들어가는 생리대나 연고도 위험하다고 한다. 여기까지도 과학적 논란이 많다지만 그래도 나름 그럴싸하다. 그런데 점점 일이 커진다. 한국처럼 찌개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타액 때문에 온 가족이 전염될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광우병 괴담의 하이라이트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뼛가루로도 전염되고, 칼을 씻은 물로도 전염이 된다는 거 아닐까. 이건 좀 심하다 싶지만, 이런 괴담이 퍼지면 퍼질수록 집회 참가자는 늘어나고, 2MB 탄핵 요구는 힘을 얻을거다. 덩달아 FTA반대 여론도 같이 뜰거고. 하지만 그런 뜬소문일수록 그쪽에서 반박하기도 쉽다는 걸 알아야지. 이미 지금도 언론에서 미친듯이 때려대고 있는데. '광우병 괴담 근거 없다'고. 진짜 근거 있는 문제에는 반박 안하면서 공기나 물로 감염된다는 소문에만 조목조목 반박하는 기사지만, 그런 기사를 계속 보다보면 그냥 그런가 하게 되어 있다. 다른 문제도 괜찮은 건가 싶어지고.

 한국인들 냄비근성의 특성상 2-3달이면 미친소 반대 열풍도 가라앉을거다. (이것도 길게 잡은거다) 아마 대운하나 영어얘기 나오면 또 그 쪽으로 몰려가겠지. 그럼 그때는 '사실 광우병이 그렇게 위험한 것은 아니다. 그때 괴담은 정말 헛소문이었다' 이러면  미친소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질거다. 그리고 그때쯤 되면 FTA나 2MB 탄핵얘기는 다시 가라앉을테고.

 사실 사람들이 겁먹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도 무서우니까. 원래 병이라는게 원인이 밝혀지면 아무리 큰 병이라도 덜 겁내지만, 원인을 모르면 무방비상태로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서 겁을 먹게 되어 있다. 지금 광우병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는 아마 조류독감 + 에이즈 = 광우병 이정도인 것 같다. 어쩌면 그보다 더 심할지도. 조류독감이나 에이즈는 그래도 예방방법이라도 몇 가지 밝혀져 있으니까.

 그래도 이제 말도 안되는 소문으로 사람들 홀리는 건 그만할 때도 됐다. 수입 반대하려면 근거를 대야 한다. 근거 있는 가설이나 이론들 많잖아. 근데 왜 그런건 놔두고 공기나 물로도 감염된다면서 사람들을 쓸데없이 겁먹게 만들까. 이러다 역풍 맞으면 진짜 반대할 만한 이유들도 한방에 묻힐텐데.


 어쨌든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과연 잘 풀릴까.



+) 어느 책에서 봤더라. 영풍에서 하나 끌리는 책이 있었는데, 대중한테는 그럴싸한 근거있는 얘기보다는 헛소문이 더 잘먹힌다고. 그래서 대중은 무지하다고 그랬다. 공감한다. 나도 대중의 일부분이겠지만.

++) 한가지 궁금한 건, 작년에 FTA 반대하면서 미국 쇠고기 위험하다 이럴때는, 한우 먹으면 된다면서 무시하던 사람들이, 왜 이제와서 이러나 하는 거다. 그러니까 여당에서 쇠고기 반대 집회 뒤에 정치적 음모가 있다는 소리까지 하지.
 
+++) 롯데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했으니까 롯데마트, 롯데리아, TGI, 세븐일레븐 등등등 롯데계열사(그러고 보니 농심도 롯데계열..) 불매운동을 하자는 전체문자가 왔다. 내가 받은 건 아니고 내 동생이 받았지만. 인터넷에서는 불매운동과 함께, 제2롯데월드 건설이 미국산 쇠고기 40만톤 수입과 거래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음모론이 대세다. 음모론이 터지는 건 뭔가 '거리'가 있을 때가 많건만. 근데 시기가 미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좀 그럴싸하다.
 개인적으로 세븐일레븐 알바생으로서 좀... 사장님이 나 시급 올려주신지 일주일도 안됐는데-_- 사장님 시급 올려달라고 맨날 압박드려서 죄송해요 이런 일 터질 줄 알았으면 그냥 3500원 받을걸. 당분간은 매출 좀 떨어질텐데... 저라도 많이 사먹을게요. 하지만 소고기고추장 삼각김밥은 발주 안하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어차피 2-3달은 다 폐기 날테니까.


++++) 이간지님. 우리 국제관계이론 교수님. 교수님이 FTA찬성하는 것도 알고, 미국소 수입하는거 찬성하는거 알아요. 근데 왜 우리한테 계속 찬성하라는 식으로 강요 하냐고. 내가 솔직히 성적때문에 님한테 싸바하고 있긴 한데, 근데 진짜 그런건 맘에 안들거든요. 우리보고는 수입소 사라고 하면서 님은 한우 먹을거잖아-_-
by 문화인 | 2008/05/05 10:04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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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鎭眞 at 2008/05/05 11:40
으하하 마지막 추신이 가슴에 와 닿는구나.
Commented by 서로비 at 2008/05/05 11:41
안돼 발주 늘려야돼 내가 다 먹을거야
Commented by 문화인 at 2008/05/05 11:47
鎭眞 // 이구표 교수님 수업 들을땐 FTA반대하고 이간지 수업들을땐 찬성하고.. 박쥐인생..T_T

서로비 // 고추장불고기먹어-_- 그건 돼지고기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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